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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양업 신부의 친필 서한 10

 

지극히 공경하올 리브와 신부님께

 

우리의 착한 선교사이신 쟝수 양() 신부님의 너무나 슬픈 별세 소식과 그 밖의 소식 등에 대해서 신부님께 반복하여 말씀드리지 않겠습니다. 르그레즈와 신부님께 보내 드린 제 서한을 읽으시기 바랍니다.

 

쟝수 신부님이 도착하심으로써 1853812일자 사부님의 서한을 받았습니다. 공경하올 페레올 주교님의 별세로 우리가 실의에 빠져 슬퍼하고 있을 때, 새 선교사 한 분이 입국하여 우리 한테 오시는 것을 볼 수 있게 되어 얼마나 기쁘고 큰 위안이 되었는지 모릅니다. 그 신부님 편으로 사부님의 서한도 받아 읽었고, 다른 여러 신부님들과 그분들의 활동 이야기도 들었습니다. 그러나 오랜 항해에서 얻은 병으로 지치고 탈진하여 불쌍한 선교사 신부님의 모습을 대할 때 우리는 무척 두렵고 걱정이 되었습니다.

 

우리 가련한 포교지는 왜 이다지도 불행합니까! 쟝수 신부님이 우리나라에 들어오시기 위해 그렇게도 많은 고초를 여러 해 동안 겪으시다가 천신만고 끝에 겨우 입국하셨으나, 단 하루도 성한 몸으로 편안히 지내지 못하고 고생만 하시다가 우리 곁을 떠나셨습니다.

 

조선에서는 조정이나 온 백성이 우리 선교사들과 우리 성교회를 몹시 비난합니다. 왜 선교사들이 몰래 입국하고, 왜 몰래 가르치며, 은밀히 신앙을 실천하는가 하는 것입니다. 저들에게는 천주교가 가증스럽고 수치스러우며, 서양에서 조차도 아무 가치도 없는 것으로 보이는 모양입니다.

 

우리가 가르치는 종교와 우리 서적에 기록된 교리는 어떤 내용이든지 한결같이 백성을 기만하기 위해 만들어낸 교활한 속임수라고 조선 사람들은 생각합니다.

 

천주학쟁이들은 서양 나라와 군주들이 모두 열심한 천주교인들이라고 자랑하고 있다. 그런데 그 말이 정말이라면, 왜 그 군주들이 사소한 일들을 위해서는 많은 함선을 중국과 일본, 그리고 자주 우리 나라에 보내면서, 왜 인생의 가장 크고 중요한 문제인 종교에 대해서는 아무 일도 하지 않는가?

 

만일 선교사들이 굉장한 함선을 타고 공개리에 떳떳하게 조선에 들어오고, 또 저들이 조선에서 전교할 수 있도록 프랑스 정부가 충분한 증명을 들어서 조선 정부에 부탁한다면, 그들의 임무 수행에 아무런 장애도 받지 않을 것이다. 진정으로 프랑스 정부가 천주교를 조선에서 공인 받기를 원한다면, 틀림없이 조선 정부는 이것을 들어줄 것으로 확신한다고 조선 사람들은 한결같이 말합니다.

 

지난번에 세 학생을 강남의 거룻배를 태워 상해로 보냈는데, 그들이 (말레이시아 페낭) 신학교까지 무사히 도착하였는지 모르겠습니다. 그들은 건강하게 잘들 있는지요? 신학교 교장 신부님은 우리 신학생들 각각의 성격을 지금쯤 잘 파악하셨을 줄로 압니다마는, 제 편에서 교장 신부님에게 알려드리고 싶은 것이 한 가지 있습니다. 그 학생들 중 김 요한이라는 학생은 잔재주가 많고 성격이 불안정합니다. 일찍 바로잡아 주지 아니하면, 버림받을 위험이 있어서 상당히 염려가 됩니다.

 

또 학생들이 모두 그리스도인의 겸손을 잘 깨닫도록 이끌어 주십시오. 조선에서는 사람들이 겸손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조선 사람들은 참된 겸손에 대한 관심을 갖고 있지 못합니다. 인간의 본질을 정당하게 평가할 줄도 모르면 오리지 인간의 존엄성과 가치를 세속적이며 외적인 영화와 부귀 공명에서 찾을 줄만 압니다.

 

우리 포교지의 상태는 신자들 중에서 신분의 계급 차이로 서로 질시하고 적대시하므로 분열이 일어나서 큰 걱정입니다. 그리스도교의 신덕과 형제애가 부족하고, 계속되는 논쟁과 암투와 증오로 신자 공동체가 와해되고 비건설적으로 소모되고 있습니다. 이 폐단을 시정할 무슨 대책은 없는지요? 그대로 내버려두었다가는 우리 포교지에 큰 손실을 초래할 것입니다.

 

사부님의 편지에 보면, 쟝수 신부님 편에 상본과 십자고상과 성패 등을 보내신다고 쓰셨는데 저는 아무 것도 받지 못하였습니다. 하여간 다음 기회를 기다리겠습니다.

 

우리가 분노의 그릇이 되지 말고 하느님 자비의 아들들이 되기를 바랍니다. 마침내 언젠가는 천국에서 만나 뵙게 될 하느님 아버지를 이 세상에서도 뵙게 되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비록 목숨을 버리는 한이 있더라도) 낙심하지 말고 적어도 하느님 아버지를 영원히 떠나지 아니하도록, 저와 가련한 조선 신자들을 위해 많이 기도해 주십시오.

 

공경하올 사부님께, 지극히 미약한 종 최 토마스가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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