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살지 못할 곳이다. 그들은 거기에 살았다. -수리산성지 전담신부 함 상 혁(프란치스코)
사람이 살지 못할 곳이다. 그들은 거기에 살았다.
수리산성지 전담신부 함 상 혁(프란치스코)
사제들은 임기가 정해져 있습니다.
보좌신부는 2년, 보좌신부를 마치고 첫 번째 주임신부로 발령받는 본당은 3년, 그 다음 본당부터는 5년간 임기를 보내게 됩니다. 임기를 마치고 새로운 곳에 가게 되면 꼭 해야 하는 것 중에 하나가 전입신고입니다. 제가 보좌신부 때는 동사무소에 직접 가서 전입신고를 했던 기억이 나는데 요즘은 인터넷으로 모든 게 됩니다.
한 달 전쯤 수리산성지에 와서 전입신고를 했더니 며칠 뒤에 전화가 왔습니다.
“선생님, 전입신고 확인 때문에 전화드렸는데 이번에 이사온 거 맞으시죠?” “네 맞는데요” “한 가지 확인할 게 좀 있는데. 선생님 지금 주소가 사람이 살도록 되어 있는 곳은 아니잖아요. 거기 살고 계신 거 맞으시죠?” 사람이 살도록 되어 있는 곳이 아니라니. 주소가 산! 수리산으로 되어 있으니까 그렇게 생각했나 봅니다. “네 여기 살고 있는 거 맞습니다” 그렇게 확인하고 전입신고는 마무리됐습니다.
그렇구나! 수리산은 사람이 살 곳이 아니구나. 사람이 산에 살면 안 되는 것입니다.
사람은 산에 살지 않고 사람들이 많은 마을에 모여 살아야 됩니다.
그런데 우리 순교성인들은 사람이 살지 못할 이 곳에 사셨습니다. 기록에 따르면 수리산교우촌에 모인 신자들이 약 20가구 정도 되었다고 합니다. 그분들의 생활은 어땠을까요? 지금이야 교통이 좋아져서 많은 사람들이 찾아오지만 200여년전에는 참 살기 힘들었을 것입니다. 산속이니 농사를 짓기도 어렵고, 겨울이면 얼마나 추웠겠습니까? 그분들도 잘 살고 싶고 부귀영화를 누리고 싶은 마음이 있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하느님을 믿기 위해 이곳에 온 것입니다.
“누구든지 나에게 오면서 자기 아버지와 어머니, 아내와 자녀, 형제와 자매, 심지어 자기 목숨까지 미워하지 않으면, 내 제자가 될 수 없다” (루카 14,26)는 말씀이 떠오릅니다.
하느님을 위해서 모든 것을 버린 순교성인들의 믿음과 열정을 다시 한 번 묵상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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