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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고 싶었을까?'

함상혁-5.jpg 수리산성지 전담신부 함 상 혁(프란치스코)

 

9월 순교자성월을 맞이하면서 순교자들의 마음에 대해 생각해 보다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죽고 싶었을까?” 순교하면 천국에 간다는 믿음이 당연히 있었겠지만 죽음은 너무 무서운 것 아닙니까? '예수님도 피할 수만 있으면 이 잔을 피하게 해 주십시오라고 하셨는데 순교자들은 죽음이 두렵지 않았을까요? '

 

그리고 박해시기에 순교한다는 것은 자신만 죽는 것이 아닙니다.

가족들은 물론이고 그 집안이 몰락할 수 있는 일입니다. 보통의 용기가 아니면 순교할 수 없었던 것입니다. 천주교를 믿는 것은 임금의 명을 거역하는 것이니 반역죄가 되는 것입니다. 예수님께서 로마제국에 반역하였다는 죄목으로 십자가에서 돌아가신 것처럼 순교자들도 온갖 치욕과 수모를 당하며 비참하게 돌아가신 것입니다.

 

어디서 그 놀라운 힘과 용기가 생겨났을까?

죽음이 두렵지 않았던 것일까? 정말 죽고 싶었던 것일까? 살고 싶은 마음이 있었지만 그것을 애써 억누른 것은 아닐까?

 

본당에서 몇몇 봉사자들과 등산을 한 적이 있습니다.

높지 않은 산이었는데 생각보다 날씨가 더웠습니다. 어찌어찌 정상까지는 갔는데 같이 간 신자들에게 미안했습니다. 저 때문에 고생을 한 것이니까요. 그래서 미안하다 했더니 괜찮답니다. 힘든 걸 알고 온 거니까 괜찮답니다. 미리 준비가 되어 있었던 것이죠.

 

건축기금 마련을 위해서 바자회를 한 적이 있습니다.

애써 준 봉사자들한테 고맙다고 했더니 괜찮답니다. 고생하고 싶어서 봉사한 거라 괜찮답니다. 미리 준비가 되어 있으면 할 수 있습니다.

 

순교자들은 죽음이 두렵지 않았을까요? . 그들은 두렵지 않았습니다. 그들은 죽고 싶었던 것입니다. 죽을 준비가 되어 있었던 것입니다. 믿으면 죽을 것을 알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죽음이 무섭지 않고 오히려 죽음을 기다렸던 것입니다.

 

우리들은 어떻습니까? 살고 싶어서, 잘 살고 싶어서 믿고 있지 않습니까?

죽으려고 믿었던 그들, 순교자들의 믿음을 묵상해 봅니다.

순교는 강요가 아니라 기쁨에 찬 선택으로만 가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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