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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는 “그 누군가”가 되어야한다

                            유경숙 멜라니아

어떤 일을 하기 위해 혹은 일의 완성을 위해 “그 누군가”가 꼭 필요하다. 셈을 할 수 없는 관계에서는 “그 누군가”의 힘은 이끌어 나가는 원동력이기도 하다. 하느님이 계획하신 일에 “그 누군가”는 아무런 대가도 바라지 않고 용감히 투신한다. 이는 진정한 봉사의 모습이다.
내가 수리산성지에 오게 된 동기는 “그 누군가”에 대한 갈등으로 인해서였다. “그 누군가”는 타인이 아니라 바로 내 자신이라서 더욱 힘들었다. 단체에 소속되거나 단체를 이끌어 나가면서 무모한 자신감은 착각을 낳았다. 기쁨으로 시작되었지만 시간이 흐른 뒤 자꾸 거추장스럽게 여겼고 나의 수고를 알아주지 않음에 서운하기도 했다. 그런가하면 타인에게 미루는 자신을 보게 됐다. “그 누군가”의 역할에 회의가 들었던 것이다. 그 역할은 어깨를 짓누르고 사람들 사이에 끼어 있는 것이 부담에 다다랐다. 내가 역할을 벗어버리면 혼란이 오지 않을까, 빈자리를 누가 채울 수 있겠는 가, 라는 어리석은 자만에 스스로 지쳤다고나 할까.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누구나 할 수 있는 것임을 무시했는지도 모른다.
봉사를 선택한 사람들은 제 각각 계기가 있을 것이다. 자신의 능력을 드러내고 싶거나. 하느님께 받은 귀한 달란트를 나누려는 취지. 그야말로 순수의 열정으로 시작하거나. 사랑의 마음이 충만하거나. 어떤 계기가 되었든 그 사람들은 “그 누군가”가 된다.
자신의 선행에 대해 칭찬을 들어야 직성이 풀리는 사람도 있다. 만일 그 칭찬에 만족하지 않는다면 확인하려 들것이다. “ 그 누군가”가 되려면 하느님과 나의 관계에서 비롯된다는 것을 모르지는 않았을 텐데 욕심이 생긴 탓이다. 인정욕구에 대한 지나친 집착이기도하다.
선행이 자신의 명예도구가 되어서는 곤란하다. 선행을 통해 뭔가의 보상을 바란다면 차라리 행하지 않는 편이 나을 것이다. 상처를 주게 되거나 되레 자신이 받을 수 있다. 왜냐하면 자신이 기대한 보상에 미치지 못한다면 실망으로 돌아 설 수 있기 때문이다.
하느님의 계획에 함께 하는 것은 진정성이 기초가 된 “그 누군가”가 되어한다. 알지도, 보지도 않은 사람들을 위해 묵묵히 기도하는 역할을 수행하는 모습도 자주 보게 된다. 그저 기도 할 수 있는 힘을 주신 하느님께 감사드리는 깊은 신심과 신뢰가 바탕인 사람이다.
수리산성지는 본당이 아니기 때문에 조직이 형성되었거나 규칙이 있는 것도 아니다. 그 누군가가의 역할을 말없이 지켜내는 사람들이 있어 유지되고 있다. 누구의 눈에 들고 싶어 하거나 일의 경중을 따져 요령을 부리지 않는다. 말없이 빈자리를 채우고 있다. 그 모습이 신비롭다. 누가 등을 떠밀어 마지못해 성지를 찾는 것도 아닐 것이다. 하느님이 마음을 움직이게 하셨고 이끄셨음을 스스로 느꼈을 것이다.
봉사의 삶은 눈으로 보이거나 만져지는 축복을 바라지 않는다. 봉사를 통해 자신의 가슴, 저 밑바닥에 깔려있던 어둠이 걷혀지거나 아픔이 치유되는 것을 경험하기도 한다. 그 경험은 쉽게 얻을 수 없음을 확연히 느끼게 된다. 봉사의 삶을 통해 또 다른 자신을 발견하고 차분히 마지막을 기다린다면 이 세상에서의 가벼운 보상보다 다른 세상에서의 영원한 평화를 누리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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