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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2.22 22:54

치명자 류안드레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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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명자 류안드레아

                                     유경숙 멜라니아

담배촌은 지금의 수리산성지 부근 지역이다. 박해를 피해 더 깊숙한 곳으로 숨어든 교우들의 집성촌이며 교우촌으로 불리었다.

교우들은 이곳에서 담배농사를 지으며 한 식구처럼 서로 도우며 살았다. 대부분의 교우들은 담배농사와 생존을 위해 나무를 베어 땔감으로 먼 곳까지 지고 갔다. 땔감을 팔아 필요한 생필품을 구해 이웃과 나누었다. 교우촌에서 자란 류안드레아는 그런 모습을 무수히 보았을 것이다. 이웃은 타인이 아니라 자신의 몸이듯 서로 내주고 보듬는 생활이 몸에 배었을 것이다.

독실한 신자였던 부모의 믿음은 어린 안드레아를 좋은 양육조건으로 이끌었다. 류안드레아는 다른 아이들보다 총명했고 재주도 탁월했다. 이를 눈여겨 본 장베르뇌주교님은 학당인 배론성지로 어린 안드레아를 데리고 갔다. 부모를 떨어져 3년간 신품공부를 하였다. 한창 친구들과 어울렸을 나이였지만 신심 깊은 부모의 영향으로 성실히 공부에 전념할 수 있었다.

1866년에 안드레아를 돌보시던 신신부님이 잡혀가시며 본가로 피신하기를 권했다. 안드레아는 수리산 담배촌으로 돌아왔다. 그동안 배운 신학공부를 이웃에게 가르치고 자신의 성화를 위해 다듬는 모습은 이웃에게도 귀감이 되었다. 그때의 상황은 좋지 않았다.

박해는 나날이 심해졌다. 안드레아의 부모는 이웃 교우에게 안드레아의 피신을 부탁하고 자신들은 서울로 도피했다. 숨어 지내던 안드레아가 서울로 어머니를 찾아 왔다가 그만 포졸에게 잡히고 말았다. 많은 교우들과 치명을 당했다. 안드레아의 나이는 19세였다.
19세. 지금의 고등학교 이학년 정도다. 아직 얼굴에 여드름이 사라지지 않은 청년, 그 나이에 안드레아는 믿음을 위해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고 투신하였다.
확고한 신심은 안드레아를 용감하게 만들 수 있었다. 지금은 문명의 발달로 모든 것이 편리해졌다. 편리 한 만큼 많은 위험에 노출되어 있는 시대에 살고 있는 우리의 아이들에겐 감히 상상도 하지 못할 안드레아의 짧은 생애에 가슴이 뭉클해진다. 안드레아와 비슷한 나이의 청년들은 하느님을 믿는 다는 이유로 치명을 선택한 자체가 쉽게 납득이 되지 않을 수도 있다. 심문의 과정에서 “믿지 않는다”로 대답하고는 몰래 믿으면 되지 않겠느냐는 반문이 생길지도 모른다.

자신의 성공을 위해 이루지고 싶은 것이 많았을 것이고 미래에 대한 꿈으로 기대에 차있었을 나이다. 안드레아는 자신의 생애 중 가장 중요한 것을 신앙으로 꼽았을 것이며 그 믿음 하나로 치명한 것이다. 배교의 유혹도 안드레아를 바꿔 놓지 않았다.
열아홉살의 나이로 바라본 하느님은 어떤 모습일지 짐작이 된다. 안드레아의 짧은 생애와 그 생애를 통틀어 하느님과 긴밀히 맺은 관계를 우리는 결코 잊을 수가 없다. 여린 순이 꺾이는 그 순간 안드레아는 원망과 한을 품지 않고 하느님의 품으로 달려갔다. 후대에 자신의 믿음을 기려지기를 원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오직 한 분이신 하느님만 바라보았다.

자신의 정체성이 희미한 청년들이 굳건한 믿음으로 도달한다면 갈등이나 고민으로 인한 혼란도 이겨낼 수 있을 것이다. 믿음은 정체되는 것이 아니라 역동이기 때문이다. 살아 움직이는 믿음은 모든 것을 가능하게 만든다. 류안드레아의 생애와 신앙을 깊이 묵상한다면 아마 큰 빛이 가슴속까지 스며들 것이며 어떤 역경에도 흔들림이 없을 것이다.

겨울이 가기 전에  잔설이 숨어든 수리산성지로 아이들과 순례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기를 권한다. 부모와 함께 하는 기도는 아이들에게 은총으로 다가온다. 사회에, 상급학교에 첫발을 내딛는 자식에게 부모로서 해 줄 수 있는 신앙의 선물임엔 틀림없다. 또 신앙의 유산이기도 하다.

류안드레아의 흔적이 눈에 띄지는 않더라도 그 숨결은 느낄 수 있으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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