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느님의 종124위 시복(諡福) 결정

by surisan posted Mar 01,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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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느님의 종124위 시복(諡福) 결정


지난달 교황청으로부터 한국의 윤지충 바오로와 동료 순교자123위 시복이 결정되었다는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최경환성인의 부인이신 이성례 마리아도 시복자 명단에 포함되었습니다. 한국교회와 우리 성지로서는 크나큰 경사입니다. 이런 큰 경사를 앞두고 우리는 어떤 마음과 준비를 해야겠습니까?

200여 년 전 조선에 전해진 천주교회의 가르침 중 하나는 ‘모든 인간은 하느님 앞에 존엄하고 평등하다’입니다. 인간은 천주님께서 창조하신 아들과 딸이니까 높낮이가 없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가르침은 당시 조선사회 백성들과 사회변혁을 꿈꾸던 일부지식인층들에게는 ‘개벽의 소리’로 받아들여졌습니다.

이번 시복에 포함되신 황 일광 시몬(1757-1802)은 원래 천한 신분의 출신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교우들은 황 시몬을 애덕으로 감싸주었습니다. 그는 양반집에서도 다른 교우들과 똑같이 받아들여지자 그는 농담조로 이렇게 이야기하곤 하였습니다. “나의 이러한 신분에도 사람들이 너무나 점잖게 대해주니, 천당은 이 세상에 하나가 있고, 후세에 하나가 있음이 분명하다.” 양반들이 천주교를 탄압한 가장 큰 이유는 바로 신분제의 질서를 무시한다는 점입니다. 이는 민중에게는 파격적인 복음의 소리로 들렸고, 양반들에게는 우렛소리처럼 두려운 신분제를 위협하는 소리로 들렸습니다.

중국인 주문모 야고보신부(1752-1801)는 신자공동체를 체계화하기 위해 최창현 요한(1759-1801)을 총회장으로 임명합니다. 또한 정약종 아우구스티노(1760-1801)를 ‘천주교 교리를 가르치는 모임’인 명도회 회장으로 임명해서 회장제도가 뿌리를 내립니다. 그리고 회장의 자격기준은 양반이라는 신분이나 유교적 지식이 아니라 천주교교리를 얼마나 잘 알고 있는가에 두었습니다. 그 당시 회장이라 함은 교리교사였습니다. 그뿐 아니라 회장을 하려면 천주교 교리를 모범적 생활로써 몸소 실천하는가를 중요하게 여겼습니다.

기록을 보면 서양말로 강완숙 콜룸바(1761-1801)를 ‘여회장’으로 번역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황사영백서에 따르면 ‘여회장’이 아니라 남자와 대등하게 ‘회장’입니다. 그 모든 것이 하느님의 아들과 딸이라는 천주교의 가르침 때문에 가능했습니다.

오늘날 우리가 천주교를 믿고 신앙생활을 하고 있지만 신앙이 우리 삶속에 뿌리 깊이 내리지 못하고 있는데, 그 당시에는 그 짧은 시기에 신앙이 선조들의 삶을 온전히 바꿔놨다는 것은 매우 의미 있는 일입니다. 그렇다면 무엇이 신앙선조들의 신앙이 뿌리 내릴 수 있도록 하였을까요?

첫째, 그분들은 모든 힘을 기울여 천주교교리에 열중하였고, 신자 생활의 첫걸음부터 영웅적인 덕행을 갈망하였고 덕행을 수련하는데 칠극을 실행했습니다. 박해자들이 선조들을 심문할 때 칠극을 외워보라고 할 정도로 칠극의 내용은 신자임을 드러내는 표지였습니다.

칠극은 다음과 같습니다.

1.교만을 이기기 위한 겸손, 2.질투를 이기기 위한 애덕, 3. 분노를 이기기 위한 인내, 4.인색을 이기기 위한 희사에 너그러움, 5.탐식을 이기기 위한 절식, 6.음란을 이기기 위한 금욕, 7.나태를 이기기 위한 근면입니다.

둘째, 기도와 묵상 그리고 성경읽기입니다. 박 경화 바오로(1757-1827)는“즐겨 그윽한 곳을 찾아가서 정한 시간에 기도와 묵상에 몰두하며, 나머지 시간에는 성경을 읽었습니다.”

끝으로, 자기가 신봉(信奉)하는 것으로 만족하지 않고, 가족과 친구에게 신앙을 전하였습니다. “신앙은 다른 사람들에게 전해질 때 견고해집니다.”(교황요한바오로2세 회칙, 교회의 선교사명, 2항) 결국 우리의 신앙선조들은 선교로 신앙을 견고하게 했습니다.

우리는 하느님의 종 124위 시복 결정을 단순히 경축하는 것으로 끝나서는 안 됩니다. 신앙 선조들이 실천했던 교리에 대한 배움의 열심, 덕행을 닦으려 열심, 이웃에게 복음 전하려는 열심, 애덕의 실천, 기도와 성경독서 등을 본받으려는 신앙인으로 새로 나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