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고 별 수 있나 - 유 경 숙 멜라니아

by admin posted Sep 01,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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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고 별 수 있나

                                                                                                            유 경 숙  멜라니아

 

살면서 가장 하고 싶지 않은 것은 환자가 되는 것이다.

환자가 되지 않으려면 병에 걸리지 않아야 하고 병에 걸리지 않게 모든 것에 세심한 관리가 우선이라 생각한다.

 

아마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할 수 없는 병에 취약한 나이가 된 것이다. 노약자. 나도 노약자에 해당된다. 

갑작스럽게 인류를 공격한 코로나19, 2019년 말에 발발한 바이러스이며 초기엔 많은 사람들을 사망에 이르게 하였고 봉쇄라는 극단의 조치를 불러왔다. 보이지 않는 울타리 안으로 사람들을 밀어놓고 움직일 수 없게 만든 몇 년을 똑똑히 기억하고 있다.

나는 그때 걷기를 시작해 우연히 체중이 저절로 감량되었다. 가족 이외는 같이 식사하는 것을 제한하였고 어쩔 수 없는 경우에나 식사 약속을 했다. 잘 견디고 버텨선지 우리 가족은 코로나에 걸리지 않았다.

8월 초, 어느 날이었다. 소설 스터디 모임에서 브런치 형식의 점심 식사를 하고 있었다. 갑자기 비위가 상하고 몸이 무겁게 느껴져 일찍 자리에서 일어났다. 집에 오지 마자 온몸에 통증이 있어 갈근탕을 먹고 잠을 청했다. 

다음 날은 남편과 큰딸, 나랑 휴가를 가기로 해 기차에 몸을 실었다. 다중의 사람들이 있는 기차라서 마스크를 착용했다. 목적지에 도착하고 점심을 먹는데도 입맛이 사라져 먹을 수가 없었다. 밤새도록 앓고는 아침에 약방에서 약을 사 먹고 정신을 차릴 수 있어 무사히 이박 삼일의 휴가를 마쳤다.

휴가가 끝난 며칠 후, 아침에 경미한 코막힘이 있어 이비인후과를 찾았다. 간호사가 코로나 검사를 제안했다. 5분 후 양성이 나왔다. 내가? 왜? 얼마나 조심히 살았는데.

엔데믹이 선언되고 전철을 타거나 사람들이 많은 곳을 가도 나는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았었다. 그만큼 나사가 풀린 생활을 해왔고 다, 끝났다,고 여겼을 것이다. 졸지에 나는 전염병 환자가 된 것이다. 약국에서 처방 지를 내밀었더니 복도의 의자에서 기다리라고, 약을 자기들이 가져다주겠다며 거리를 두었다. 양성 판정을 받기 전 날에 언니와 두 동생들과 부모님 산소를 다녀왔었다. 내가 코로나 감염된 것보다 암 환자인 언니가 걱정되었다. 

 

나는 5일 동안 처방받은 약을 열심히 복용하면서 언니에게 매일 전화로 안부를 물었다.

휴가 내내 같은 침대를 사용한 큰딸도, 같이 밥을 먹었던 남편도, 온종일 차를 같이 타고 다니며 밥도 같이 먹은, 더군다나 암 환자인 언니, 두 동생들도 아무 증상이 나타나지 않았다. 다행이었다.

유난스럽게 건강관리를 위해 자신에게 혹독했던, 그래서 마음을 놓고 살았던 나만 발병이 된 것이다.

나라고 별 수 있었겠나. 아무리 혹독하게 조심은 했어도 어딘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