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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앙생활이 무미건조할 때

                                                                                                           수리산성지 전담신부 박 정배 (베네딕토)

나뭇잎이 떨어지는 凋落(조락)의 가을을 지나 남아있는 잎이 거의 없는 초겨울입니다. 이런 때 나는 신앙생활을 잘하고 있는가? 순교자들처럼 하느님께 대한 믿음을 잘 간직하고 있는가? 아니면 어떤 체험이나 발전 없이 지나가고 있지 않는가? 하는 질문과 동시에 自愧感(자괴감)이 들지는 않는지 반성해봅니다. 이런 물음 앞에서 나는 어디서 힘과 용기를 얻을까?

몇 년 전 복녀 마더 데레사 수녀님(1910-1997)의 일기와 편지가 출간되어서 논란이 일었었습니다. 책제목은 “Come be My Light”입니다. 수녀님의 일기와 편지 중에 하느님의 존재에 대해서 고민과 갈등을 일으켰다는 것입니다. 한국 일간지에서는 ‘하느님의 부재’를 느꼈다고 적었지만 베네딕토16세 교황님은 그것은 하느님의 부재가 아니라 ‘하느님의 침묵’이라고 정확하게 말씀하셨습니다. 이것을 영성신학에서는“Interior darkness”라고 합니다. 아기예수의 성녀 데레사(1873-1897)도 영적어둠을 체험하셨습니다. 그분은 돌아가시기 전 병고로 고통스러워하실 때 내가 지금까지 수도 생활한 것이 의미가 있는 것인가 아니면 쓸모없는 생활이었는가 하는 영적 공허감에 빠지셨습니다. 그러나 성녀 데레사는 하느님께 대한 신뢰로 극복하셨습니다. 하느님은 인간이 아니라 전능하신 분이시며, 우리 인간처럼 속이지 않으시는 분이라는 믿음을 가지십니다.

십자가의 성 요한(1542-1591)은 명저 “가르멜의 산길”에서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하느님의 존재는 지성이나 욕구, 상상이나 다른 어떤 감각 그리고 이 세상에서 알 수 있는 무엇으로 포착되지 않는 분이므로 단지 그분의 존재를 믿으면서 가야 한다. 하느님께 대해서 이 세상에서 느끼고 맛볼 수 있는 최고의 것이라 할지라도 사실 하느님으로부터 매우 동떨어진 것이며 순수하게 그분을 소유할 수 있는 것과는 상관이 없는 것이다.”

더 나아가서 십자가의 성 요한은 “어둔 밤”이라는 명저에서도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영적 탐욕에 빠진“초보자들은 마치 하느님이야말로 쉽게 파악되고 다가갈 수 있는 분으로 여기고 단지 성체를 받아 모실 때 뿐 만 아니라 영성수련을 하는 데 있어서도 하느님을 감각적으로 느끼고 하느님으로부터 단맛을 찾으려고 한다. 이것은 매우 중대한 결함이며, 하느님의 조건에도 매우 어긋나는 것이고, 아직 신앙이 정화되지 못했기 때문에 그런 것이다.”그러면서 요한 성인께서 강조하시길 “진정한 신심과 그 정신이란 자신을 믿지 않으면서 오직 하느님께만 감사를 드리기 위해 겸손과 인내를 가지고 하느님 앞에 머무는 것이다.”

아기예수의 성녀 데레사와 마더 데레사 수녀님도 내적인 어둠, 영적 어둠을 겪으셨지만 하느님께 대한 믿음과 겸손 그리고 인내를 가지고 하느님 앞에 머무셨습니다. “하느님께 나아가는 사람은 그분께서 계시다는 것과 그분께서 당신을 찾는 이들에게 상을 주신다는 것을 믿어야 합니다.”(히브11,6) 또한 죄를 벗어버리고 ,우리가 달려야 할 길을 꾸준히 달려갑니다. 그러면서 우리 믿음의 영도자이시며 완성자이신 예수님을 바라봅니다.(히브12,1-2참조) 우리는 뒤로 물러나 멸망할 사람이 아니라, 주님을 믿어서 생명을 얻을 사람입니다.(히브10,39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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