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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 신 칠죄종
 
로마 교황청은 2008년 3월 10일 ‘21세기 새로운 칠죄종’을 언급해 화제가 되고 있다. 시기, 질투, 나태, 탐욕 등 2000여 년 동안 그리스도인들에게 금기사항이 되어온 이른바 ‘7죄종(7대 죄악)’에 현대 사회에서 횡행하고 있는 새로운 일곱 죄악을 추가한 것이다. 시대의 변화를 반영한 ‘21 세기 판 칠죄종’은 단순히 가톨릭계를 넘어 이 시대를 관통하는 또 다른 ‘화두’들이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칠죄종(七罪宗, 라틴어: Septem peccata capitales)은 그 자체가 죄이면서 동시에 인간이 자기 자신의 뜻에 따라 범하는 모든 죄의 근원이 되는 일곱 가지를 일컫는 말이다. 칠죄종은 초기 기독교 시절부터 사용된 용어로서 인간이 죄를 범하기 쉬운 경향에 대해 교회가 가르치고 훈육하기 위해 대두되었다. 오늘날에는 일반적으로 교만, 인색, 질투, 분노, 음욕, 탐욕, 나태가 칠죄종에 속하는 죄로 분류된다.
 
가톨릭교회는 죄를 대죄와 소죄라는 두 가지 개념으로 분류하고 있다. 소죄는 상대적으로 경미한 죄를 말하고, 대죄는 매우 심각한 죄를 말하는 것이다. 대죄는 인간에게서 은총의 삶을 파괴하고 죽은 후에 지옥 영벌을 야기할 정도로 매우 심각한 죄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대죄는 우리 안에서 생명의 원리인 사랑을 해치는 것인 만큼, 하느님 자비의 주도적 간여와 인간 마음의 회개가 필요하다. 이 회개는 보통 고해성사로서 이루어진다.
 
칠죄종은 대죄, 소죄와 더불어 죄의 추가적 개념에 속한다기 보다는 죄원(罪源), 즉 모든 죄를 유발시키는 원인이라고 여겨지는 것이다. 칠죄종에 속한 죄는 상황에 따라 대죄가 될 수도 있고 소죄가 될 수도 있다. 이 악습들을 죄종이라고 부르는 이유는 다른 죄들과 악습들을 낳기 때문이다.
 
교황청에서는 현대 판 칠죄종으로 ▲환경오염 ▲인간의 존엄성을 헤칠 수 있는 유전자 조작 ▲과도한 부의 축적과 사회적 불공정 ▲마약 거래 및 복용 ▲윤리적 논란을 낳는 과학 실험 ▲낙태 ▲소아 성애를 거론하고 있다.
 
이 ‘신(新) 칠죄종’을 세상에 소개한 사람은 교황청의 잔 프랑코 지로티 주교이므로 이는 가톨릭의 수장인 교황이 발표한 칙령은 아니다. 하지만 지로티 주교가 고해성사 등을 다루는 교황청 기구인 내사원(內赦院) 원장이라는 점에서 교황청의 입장이라고 봐도 된다는 것이 일반 가톨릭계의 평가다.
 
지로티 주교는 바티칸 기관지인 로세르바토레 로마노와 인터뷰에서 “신성모독 행위나 도둑질, 남의 아내를 탐내는 것만이 죄가 아니다”며 “자연 환경을 황폐화시키고, 도덕적으로 논란을 부르는 과학적 실험들도 죄악”이라고 밝혔다. 그는 쉽게 용서받을 수 없는 대죄에는 유전자(DNA) 조작이나 배아줄기세포 등을 연구함으로써 인간의 존엄성을 파괴하는 것, 마약을 거래하거나 복용하는 것, 소수만이 지나친 부를 쌓아 대다수가 가난의 고통을 받도록 하는 사회적 불공정도 포함된다고 덧붙였다. 지로티 주교는 여기에 인위적으로 생명을 죽이는 동시에 여성의 위엄과 권리를 침해하는 낙태, 소아 성애도 언급했다.
 
7가지 죄 중 낙태와 소아 성애는 기존의 7대 죄악에도 포함된 것이다. 지금까지 7대 죄악은 6세기 때 그레고리 교황이 언급한 음욕(淫慾), 탐식, 탐욕, 나태, 분노, 질투(시기), 교만이다. 그레고리 교황은 7대 죄를 명확하게 목록으로 발표한 것은 아니지만 이 죄악들은 13세기 단테의 ‘신곡’ 가운데 ‘지옥 편’에 소개되면서 널리 받아들여졌다. 신곡의 3편 중 하나인 지옥 편에서 단테는 구원을 얻지 못한 사람이 생전에 범한 죄에 대한 벌로 고통당하는 모습을 생생하게 그려냈다. 이에 따라 7대 죄악은 기독교인들의 철저한 금기사항이었다. 그리스도인들은 종교생활에서 7대 죄를 금하고 금욕과 절제, 근면, 겸손, 순결, 인내, 이해라는 7가지 성덕을 쌓도록 가르침 받고 있다.

과거 7가지 죄악이 개인적인 차원의 문제라면 새롭게 추가된 죄악은 인류의 생존·공존을 헤치고, 불안을 조장하는 것들로 인류적 차원의 문제들이라는 게 특징이다. 지로티 주교도 “새 대죄들은 세계화의 과정에서 동반돼 나타나는 것들”이라며 “과거의 죄악이 개인적인 수준에 머물렀다면, 새로운 죄악들은 사회적인 반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고 밝혔다.
 
지로티 주교가 새 죄악을 언급한 배경에 대하여 종교계에서는 우선 현대인들이 쾌락주의·소비주의에 매몰되어 죄의식이 점점 사라지고 있는 것에 대한 교황청의 경고라고 해석한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교황 베네딕토 16세는 최근 세계의 세속화가 가속화되면서 더 많은 사람이 “신성을 무시한 채” 무절제하게 행동한다고 우려한다. 또 “세상에서 죄의식이 사라지고 있다”고 안타까움을 표시했다.

빈부 격차를 심화시키는 세계화의 문제점 등 전 지구적인 이슈에 대한 교황청의 평소 관심이 드러난 것이란 분석도 있다. 교황은 몇 년 전 주님공현대축일(예수가 동방의 3박사에게 나타나 하느님의 아들임을 선포한 축일) 설교에서 세계화가 “소수의 부자와 다수의 빈자를 만들고 있다”고 비판했다. 교황은 “오늘날의 세계는 소수의 사치 계층과 다수의 빈곤한 사람이 존재한다.”며 “부의 공정한 분배를 실현하기 위해 절제된 생활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더 공정하고 화합하는 세계를 건설하기 위한 사람들의 활동이 경제적 우위를 차지하려는 갈등과 에너지·원자재 등의 쟁탈전으로 더 어려워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우리는 모든 이를 위하고, 공익을 앞세우는 원대한 희망을 필요로 한다.”며 “희망이 결핍되면 중독이나 지나침, 무절제에서 행복을 찾으려 하고 이는 결국 자기 자신과 세상을 망치게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다른 분석은 바티칸이 사제들과 신자들의 더 독실한 신앙생활을 독려하려는 의도라고 해석한다. 교황은 최근 사순절 세미나 연설을 통해 “세속화가 교회에도 침범해 신자들의 신앙심은 물론 신앙생활 자체를 훼손시키고 있다.”며 “고해성사를 하지 않는 가톨릭 신자도 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최근 이탈리아 내 가톨릭 신자의 60%가 고해성사를 하지 않는다는 통계가 나오기도 했다. 가톨릭 신자들은 적어도 1년에 한 번은 고해성사를 통해 죄를 용서받아야 하며 실제로 교황도 1주일에 한 번 정기적으로 정해진 고해 사제에게 그의 죄를 고해하고 있다. 지로티 주교도 “사제들은 이제 세계화의 과정에서 드러나는 새로운 죄악들도 심사숙고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현대판 죄악은 향후 교황이 강조해 나갈 아젠다를 보여줬다는 평가도 있어 교황청의 향후 사목 방침을 예측하기도 한다. 윤리학 교수 출신인 제럴드 오콜린스 신부는 “새로운 죄악은 시대의 핵심을 짚은 아주 신선한 충격”이라며 “사제들도 개인적인 죄만이 아니라 사회적이고 공공적인 죄악에 대해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의미로 읽힌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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